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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관련 중앙일보기사(2008년 2월 25일자)
이름
관리자
등록일
2008-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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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2월 25일 월요일

수재는 만들어진다 끊임없이 경쟁하라 [조인스]

<上> 경기 양서고의 `성공 실험`

우리 사회 전반에 강소(强小)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전자제품이 그렇고 새 정부도 이를 표방하고 있다. 교육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학년당 정원 300명이 채 못되는 시골고교지만, 한해 수십명씩 명문대에 들여 보내는 ‘알짜배기 학교’가 있다. ‘작지만 강한 학교’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수준별 교육을 받고 있는 양서고 학생들의 모습, 국사를 흥미롭게 가르치는 교사의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중앙선 양수역 뒤편, 철로 옆에 덩그러니 서 있는 자그마한 학교. 양서고는 주위에 학원은 커녕 학습시설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이 학교는 올해 졸업생 153명 중 32명을 소위 SKY대에 입성시켰다. 이를 포함해 총 134명이 서울소재 대학에 합격하는 괄목할 만한 실적을 일궈냈다. 신흥명문으로 도약한 ‘양서고의 힘’은 어떤 것일까.
 
보충수업 과목·교사, 학생이 정한다
2002년 자율학교로 지정된 양서고는 보통과(문·이과)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전교생의 하루는 오전 6시에 시작해 자정에야 끝이 난다. 하루종일 함께 생활하는 까닭에 공부에 대한 경쟁은 어느 학교보다 치열하다.

오후 3시40분 정규수업이 끝난 후 4시10분부터 2시간동안 이어지는 보충수업은 자연스레 수준별 이동학습이 이뤄진다. 김난성(52) 교장은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이 보충수업을 받고 싶은 과목·교사를 정하게 한 뒤 10~15명의 소수정예반을 만들어 수업을 진행한다”며 “다른 내용 및 속도로 수준별 강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실력이 부족한 학생은 EBS·인터넷 강의를 통해 보충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율학습시간엔 ‘영산홍반’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학생들의 목표의식과 동기유발을 위해 만든 영산홍반은 3개월 단위로 내신성적과 전국학력평가 성적을 토대로 각 학년(3학년 제외) 상위 36명을 선발, 따로 독서실을 사용하게 만든 제도. 분기별로 8~10명이 교체될 정도다. 김 교장은 “자율학습 시간에는 독서실(총 6개)마다 요일별로 서로 다른 과목의 교사를 배치해 학생들의 질문사항을 받아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영산홍반의 경우 소수가 모여 공부하기 때문에 학습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교사가 바뀌어야 학생이 달라진다
“학생들을 만족시키는 교사가 되자.”
교무 회의 때마다 나오는, 양서고의 슬로건이다. 학생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수업은 죽은 수업이고, 죽은 수업으로는 좋은 학생을 육성할 수 없다는 취지다.

교사들은 학생들로부터 1년 2차례 평가를 받는다. 또 1년 1차례 자신의 수업내용을 동영상으로 찍은 뒤 부족한 부분을 고쳐나가려고 노력한다. 이경복(국사) 교사는 “학생들이 내 수업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보다 큰 압력은 없다”며 “교사들끼리 동영상을 함께 보면서 허물없이 서로의 단점을 말하며 시너지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양서고는 교사들도 항상 공부해야 한다. 교과서 외에 수업에 활용할 자체교재를 만들어야 하고, 매 시간 직접 만든 인쇄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학교 방침 때문이다. 교사들이 만든 100~150페이지 분량의 자체교재가 50권을 넘는다. 어경찬(69) 이사장은 “교사가 그 시간에 가르칠 내용을 정리한 인쇄물로 수업을 진행하면 진도가 빨라지고, 강의내용도 충실해져 일석이조”라며 “자체교재를 만들면서 토론·탐구·연극식 수업 등 다양한 시도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호응도 높다”고 말했다.
 
다양한 야간학습, 학원 갈 필요 없다
학생들은 1개월에 1번(넷째주 일요일) 바깥나들이가 허용된다. 그러나 80% 이상이 기숙사에 남아있다. ‘내가 집에 가 있는 동안 다른 아이들은 공부하겠지’라는 생각에서다. 방학 때도 학교에 남아 수업을 받는다. 학원 갈 시간이 없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과 방송·인터넷 강의를 충분히 활용하면 학원 갈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매주 화요일(보충수업 2시간)과 토요일(정규수업 후 1시간)에 독서토론 시간이 있다. 한 학급을 6~8개 그룹으로 나눠 각자 짧은 글쓰기를 한 뒤 이를 토대로 토론식 수업을 진행한다. 책을 읽히고, 글을 쓰게 하는 기존의 논술강의 방식으로는 창의력·사고력을 기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고안해 낸 방법이다. 물론 자체개발한 교재를 사용한다.

15~20명이 모여 특강을 신청하면 야간자습시간동안 원하는 교사에게 수업을 받을 수 있다. 김 교장은 “외부강사를 원하면 섭외해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1년 1차례에 불과할 뿐, 대부분 학교 교사들에게 수업받기를 원한다”면서 “도서관에 100여대의 컴퓨터를 갖춰, 자율학습시간동안 인터넷 강의를 활용해 취약부분을 보완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bully21@joongang.co.kr
사진=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Interview


"질문 자주해야 실력이 늘어요"
::: 서울대 합격 김세희 양


“선생님들을 많이 괴롭힌 게 합격비결이죠.”
이번 입시에서 서울대 약대에 합격한 김세희(19·양서고 졸)양은 교사들에게 ‘위험한 존재’였다. 쉬는 시간, 야간자율학습 시간을 가리지 않고 교사들을 찾아가 질문공세를 퍼부었기 때문이다. 양호권(지구과학) 교사는 “세희가 쉬는 시간 내내 질문을 하는 바람에 화장실에 못 간 적이 부지기수”라며 “나중에는 예상 질문내역을 따로 뽑아두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양은 “선생님을 가정교사로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혼자 책을 보며 이해 안 가는 부분을 찾는 데는 시간이 많이 들지만, 교사에게 물으면 어떤 책, 어느 부분을 참고하라는 얘기까지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질문을 많이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예습’이었다. 김양은 “방학 때 인터넷 강의를 활용해 과목별로 다음 학기에 배울 내용을 숙지했다”며 “아는 만큼 물을 수 있고, 묻는 만큼 수업내용을 빨리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학은 정석 하나를 골라 방학 때마다 2번씩은 완파했다. 문제집을 풀면서 몰랐던 개념은 정석책에 옮겨적어 놓고 시험 전에 재차 확인했다. 정석이 너덜너덜해질 정도였다. 외국어영역은 문제집 여러권을 풀었다. 문제집을 풀면서 여러 지문에 걸쳐 반복된 단어가 자연스레 암기됐고, 모의고사 문제를 푼 뒤에는 지문 하나하나를 다시 해석해 보는 습관을 들였다.

학교에 다니면서 밥먹는 1시간, 잠자는 5시간(새벽 1시~6시) 빼고는 줄곧 책상에 붙어있었다는 김양. 3년동안 한번도 영산홍반에서 쫓겨난(?) 적 없는 그는 타고난 승부사였다. “졸릴 때마다 옆에 앉은 친구를 봤어요. 열심히 하는 모습은 보면 나도 모르게 잠이 달아나더라고요.” 수줍은 표정 속에 ‘오기’가 느껴졌다.


"공부 몰입할 환경 만들어줬다"
::: 어경찬 이사장


어경찬 이사장은 건축업자 출신이다. 경기도 양평 출신의 어 이사장은 “양평 놈(?)이 돈 벌었으면 고향 인재양성에도 기여해야 된다”는 친구들의 권유로 지난 80년 보통과와 상과로 이뤄진 양서종합고등학교를 세웠다. 2002년 자율학교 인가를 얻어 양서고등학교로 전환하며 지금의 입시실적을 일궈냈다. 어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입시실적이 좋다. 가장 큰 이유는.
“자율학교로 전환한 뒤 교사들의 자생능력을 키우려 했다. 수업내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깨우치게 했다. 그러다 보니 수업의 질이 높아지게 됐다. 또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공부에 몰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던 게 좋은 입시실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

- 경쟁률과 학생들의 출신지역 분포가 궁금하다.
“입시실적이 향상되면서 경쟁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2005학년도까지는 미달 혹은 간신히 정원을 맞추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6학년도부터 2년간 경쟁률이 2대1을 기록하더니 2008학년에는 5대1까지 왔다. 출신지역은 경기지역(57.6%)이 가장 많고, 서울(29.16%), 인천(5.5%) 순이다. 최근 2년간 일산·분당 학생들이 많이 오고 있으며, 강남권 출신 학생 비율도 늘고 있다.”
 
- 양서고에 들어 오려면.
“재정지원을 받는 자율학교의 특성상 내신만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2·3학년 내신을 본다. 영어·수학에 가산점을 부여하기 때문에 영어·수학 내신관리가 필수다.”
 
- 일반 외고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학교에는 문·이과가 다 있다. 입시실적을 보더라도 SKY대에 이과 학생들의 합격률이 높다. 다른 학교보다 수학·영어의 수업시간 배정을 많이 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 학비는 어느 정도인가.
“특목고의 1/4~1/5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분기별 수업료 31만8천원, 1개월당 기숙사비 34만3000월, 보충수업·특강비 등을 포함해 1개월 평균 50~60만원 가량 든다. 수업료 자체는 일반 인문계 고교보다 저렴하다.”


자율학교란
교장임용과 교육과정 운영, 교과서 사용, 학생선발 등에 자율성을 갖고 운영되는 학교. 자율학교는 전국에서 학생을 선발할 수 있으며, 학교가 교육과정 편성·운영, 교과서 사용에 대한 자율권을 갖는다. 또 교장임용에도 자율권이 주어진다. 

::: 6:1의 경쟁률을 뚫고 영산홍반에 들어 온 학생들의 모습.열기가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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